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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착한 소비? 강조 안 해도 지갑 열리는 ‘소영씨스토어’

유주성 기자

2020년 8월 13일

마링 '소영씨스토어' 입점

지난 7일, 사회적기업 오엠인터랙티브의 소영씨스토어를 찾았다. 지하철 2호선 성수역에서 5분도 채 되지 않는 거리에 위치해 접근성이 좋았다.

방문 목적은 <이로운넷> 필진에 선물할 가치를 지닌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서다. 온라인 주문도 가능자지만, 지난달 21일부터 시작한 서울시 사회적경제 특별전을 직접 확인하고 싶은 마음도 컸다.

매장에 들어서자 곧바로 특별전에 참가한 사회적경제기업들의 제품이 눈에 들어왔다. 매장 한가운데 눈길이 가장 많이 가는 위치에 특별 기획전 상품이 진열돼 있었다. 원래는 가장 인기 있는 상품들이 진열되던 곳이다. 황승희 실장은 “사회적경제 특별 기획전을 위해 일부러 자리를 마련했다”며 “이런 노력을 통해 이번 기획전 제품을 소비자가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고 밝혔다.

매장 한 가운데 서울시 사회적경제기업 특별 기획전에 참여한 기업들의 제품이 진열 돼 있다.
이런 노력 덕분인지, 소비자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사회적경제 제품이 많다고 매장 관계자는 전했다. 특히 다 쓴 방화복을 새활용해 에코백, 팔찌, 가드지갑 등의 제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119REO가 가장 인기다. 매장에는 팔찌와 베지가 판매되고 있는데, 전 세대에 걸쳐 반응이 좋다. 황 실장은 “119REO가 추구하는 가치에 동의하는 고객이 많고, 부담스럽지 않게 구매 가능한 제품이기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119REO는 수익금의 50%를 암 투병 소방관에 기부해왔다.

매장에서는 휴대가 편리한 119REO의 팔찌와 베지가 인기라면, 온라인 매장에서는 마링의 ‘마봉이 인형’이 동날 정도로 반응이 좋다. 마봉이 인형은 감정인형으로 불린다. 기화성 펜으로 하루의 부정적인 감정을 기록하는 감정 메모지 세트를 함께 제공한다. 소비자는 이를 이용해 하루의 감정이 기록된 메모를 마봉이의 앞 주머니에 보관할 수 있다. 이런 과정을 통해 마봉이 인형은 단순 인형을 넘어, 이야기들 들어주고 위로를 건네는 감정인형으로서 역할을 다한다.

이외에도 구매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사회적경제기업의 제품이 많았다. 집 안 어느 곳에나 잘 어울릴 것 같은 A:place(에이플레이스)의 패브릭, 흔하게 보기 힘든 스트레스컴퍼니의 '분노 극복 아로마 스프레이', 실제 구매까지 이어졌던 온도도시협동조합의 디퓨저 ‘이은’까지 통장잔고는 잦은 위협을 받았다.


선물로 온도도시협동조합의 디퓨저를 구매했다. 이외에도 선물 후보로 담금주 세트, 향수, 캔들, 무드등 등 다양한 제품이 고려됐다.
매장을 방문한 소비자도 비슷한 반응이다. 다만, 기자들이 각 제품의 스토리, 사회적가치에 집중한 것과 달리, 일반 소비자는 제품 자체에 높은 점수를 줬다. 매장을 둘러보는 중간중간 돌고래가 내는 듯한 탄성이 이어졌다.

“야! 이거 너무 귀여워!”
“와~ 이거 어떡하지... 너무 예쁜데?”

매장 매니저에게 물으니, 사실 기자들처럼 제품의 스토리, 사회적가치를 묻는 소비자는 많지 않다고 한다. 매장 매니저는 “대게 제품을 구매할 때는 제품 자체가 맘에 들어서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며, “다만, 결제할 때 제품의 가치나 스토리를 짤막하게 설명해드리면 더 좋아하신다”고 말했다.

매장 곳곳에 위치한 설명서가 짧아 아쉽다고 느꼈던 것과 달리, 일반 소비자는 그마저도 다 읽는 경우가 많지 않았다. 소영씨스토어는 소비자의 이런 패턴을 정확히 파악하고 의도적으로 설명서를 짧게 만들었다고 한다.

또한 소비자를 특성을 고려해 일반 제품도 판매했다. 침실 컨셉의 공간에 진열된 옷이 대표적인 일반 제품이다. 제품은 시중에서보다 1만원 가량 낮은 가격으로 판매 중이었다. 물건을 제공하는 업체에서 도매가격으로 제품을 제공하기에 가능한 일이다.

소영씨스토어는 소(social), 영(young)을 합친 말로 사회적가치를 지닌 제품 혹은 청년이 만든 제품을 판매하는 편집샵이다. 일부 일반 제품도 판매하고 있다.
황 실장은 “주말에 매장을 방문하는 고객은 성수를 놀러 왔다가 방문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들을 대상으로 가볍게 판매할만한 제품이 필요했다”며 “옷을 제공하는 업체에서 우리가 좋은 일을 한다면 저렴한 가격에 물건을 공급해주고 있어 우리도 저렴한 가격에 물건을 팔고 있다”고 말했다.

사회적가치를 지닌 제품이나, 청년이 생산한 제품을 판매한다는 테마를 가진 소영씨스토어와는 다소 결이 맞지 않지만, 현실적인 운영방안을 고려한 판단이다. 착한소비를 굳이 강조하지 않는 분위기와 매장의 경쟁력을 먼저 고려한 선택에 오히려 마음이 놓였다. ‘착함’이 아니라 ‘제품’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인 공간이었다.